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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세훈 야심작 '한강버스', 유람 아닌 '출퇴근용'이 되려면

등록 2025.03.10 11: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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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세훈 야심작 '한강버스', 유람 아닌 '출퇴근용'이 되려면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한강에서의 수상 교통 시대가 드디어 개막하는구나 하는 벅찬 감동을 자제할 수가 없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인 수상교통수단 '한강버스' 2척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강에 도착했다. 시는 이달부터 시범운영을 거쳐 상반기 내 정식 운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남 사천에서 열린 진수식에서 한강버스의 첫 실물을 본 오 시장은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물까지 보였다.

한강버스는 서울시가 도입하는 수상 대중교통 수단이다. 영국 런던 템스강의 '우버보트'와 미국 뉴욕 허드슨강의 'NYC페리'와 비슷하다. 

오 시장은 "런던 템즈강의 리버버스를 보고 이 배를 한강에 갖다놔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2023년 3월"이라며 "채 2년도 안돼서 우리 앞에 런던의 리버버스보다 더 멋지고 유려한 배가 떡하니 진수식을 앞두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 시장의 '한강 사랑'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2006년 첫 번째 시장 취임 직후 서울을 베네치아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한강 르네상스'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오 시장은 출퇴근 교통수단 확보를 위해 한강 수상택시를 도입했다. 하지만 점차 이용률이 저조해지다가 급기야 하루 평균 이용자가 한자리 수에 그쳐 실패한 사업으로 남게 됐다.

이번 한강버스 또한 한강 수상택시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속도가 느리고 연계 교통수단의 불편함이 예상되는 만큼 출퇴근용이 아닌 관광·유람용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대 마곡·여의도·잠실 선착장만 정차하는 급행을 운항해 마곡에서 잠실까지 54분 만에 이동한다는 걸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9호선 급행으로 비슷한 구간(마곡나루역∼종합운동장역)을 이동하면 42분으로 더 적게 걸린다. 여기에 한강버스는 선착장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추가된다.

또 애초에 한강버스가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혼잡도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만큼, 그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

한강 수상버스는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개선을 위한 대안책으로 도입됐으나, 현재 서울 마곡~잠실로 노선이 축소됐다. 최근 김포시가 노선을 김포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간 만큼, 시민들의 교통편의 증진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당분간 수십억 원대 적자를 시 예산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2023년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리버버스 운영 조례안 비용추계서'를 보면 2029년까지 약 8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추산했다. 시는 이 적자를 카페, 편의점 등의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보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생태 환경 훼손, 안전 문제, 사업 수주 특혜 의혹 등 여러 논란으로 운항 전부터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한강버스가 교통과 관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안전 확보는 물론 육상 교통과의 접근성이 관건이다. 추후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받지 않도록 시범운항을 통해 철저하게 준비해 한강을 가로지르는 매력적인 수상 대중교통이 되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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