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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값 '껑충'…"1000원대 도달은 시간 문제"

등록 2025.03.12 08:00:00수정 2025.03.12 08: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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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5.03.1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5.03.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엔화값이 어느새 990원대로 올라섰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금리 차가 좁혀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한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로 엔화에 힘이 실리는 반면 원화값은 경기 부진에 따른 금리 인하 가능성과 함께 정국 불안에 짓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가 강세를 이어가며 단기간 내 1000원대 진입을 예상한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30분 원·엔 재정환율 매매기준율 기준 100엔 당 993원에 거래됐다. 2023년 4월27일(1000.26원) 이후 최대치로 올해 들어 상승폭은 45원에 달한다. 은행창구에서 엔화를 매입할 때는 하나은행 기준으로 이미 지난 10일 1000원을 넘겼다.

BOJ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짙어지며 엔화값을 밀어올린 이유가 크다. BOJ는 지난해 3월 단기금리를 17년 만에 인상에 나선 후 7월과 올해 1월 추가 인상에 나섰다. 이어 이달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회의에서 또 다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4% 상승해 2년만에 4%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봄철 임금 협상인 춘계노사교섭 이후 물가 압력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는 이달 초 강의에서 "경제와 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면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미 수출 흑자 원인으로 슈퍼 엔저가 거론된다는 점도 엔화값을 높이는 요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일본 엔화든 이들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면 미국에 매우 불공정하고 불리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며 일본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미국 예외주의의 균열 가능성은 달러 약세를 유발하며 상대적으로 엔화값에 힘을 더하고 있다. 시장에서 미국의 5월 금리 인하 예상은 한달 전 22%에서 최근 50%대로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지수는 연초 110선에서 최근 103선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말만해도 달러 당 158엔대에 머물던 엔화값은 최근 146엔대로 내려오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일본 기업의 임금 인상 계획 등 BOJ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는 유효하다"고 했다.

반면 원화값도 경기 부진 우려에 짓눌렸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트럼프 무역 정책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을 비롯해 반도체 관세 부과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1~2회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를 아시아 선진국과 신흥국 중에서 대미 무역 흑자가 가장 큰 국가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된 국가 중 하나로 꼽으며 미국이 10% 상호 관세 부과시 GDP(국내총생산)가 0.7% 감소할 것으로 봤다. 탄핵 등 정국 불안도 원화 하방 요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3월 경제 동향'을 통해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수출 증가세가 축소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종전 1.9%로 내놨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월 1.5%로 낮춰잡았다. 씨티와 JP모건은 이보다 낮은 1.2%로 제시했다.

노무라 역시 원화에 대해 엔화 대비 약세를 예상하며,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와 일본 춘추 결과 예상 상회 가능성, 미국의 대중 10% 추가 관세 가능성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및 자동차 관세 취약성, 정치 불확실성을 근거로 짚었다.

시장에서는 원·엔 재정환율이 당분간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본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황은 일시적으로 1000원 대에 올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면서 "다만, 최근 가파른 상승세에 2분기에는 횡보한 후 이르면 3분기 1000원대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BOJ의 금리 인상 기조가 명확해지면 상반기 내 1000원 대도 가능하다"면서 "한·일 통화정책이 반대로 엔화는 강세를 보이고, 원화는 이전보다는 강해져도 정치 리스크 등에 엔화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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