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사망=수사 종결'…장제원 수사결과 비공개 논쟁 점화
장제원 전 의원 사망에 공소권 없음 수사종결
피해자 측에도 수사결과 공개 안 해
피해자 지원 단체 "피해자 권리 보호 위해 수사 결과라도 공개해야"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4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장제원 전 국회의원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5.04.04. yulnet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04/NISI20250404_0020759701_web.jpg?rnd=20250404095622)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4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장제원 전 국회의원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5.04.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경찰이 고(故)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성폭력 혐의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피의자 사망에 따른 수사 종결 관행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14일 개최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진행이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인이)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다'는 내용을 담아 고소인 측에 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실규명 필요성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관련된 규정이 있다"라며 "공소권 없음 수사 진행 중에 피의자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 종결 예정이며 이러한 내용으로 고소인에게 통지하는 내용이 규정에 있어 통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소권 없음은 피의사건에 대해 소송조건이 결여된 상황에서 검사가 내리는 불기소 처분이다. 현행법상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하고, 재판 중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공소기각결정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장 전 의원은 부산의 한 대학교 부총장이던 2015년 당시 비서였던 A씨를 상대로 성폭력을 한 혐의(준강간치상)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31일 서울 강동구 한 오피스텔에서 장 전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경찰의 수사 중지 및 수사 결과 비공개 발표 결정으로 그동안 장 전 의원 사망 후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촉구해 왔던 여성단체들의 반발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장제원 전 의원 성폭력 사건 수사결과 발표 촉구를 위한 집중 행동 주간을 선포하고, 이달 14일부터 18일까지 경찰청 본청 정문과 서울지방경찰청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두 단체는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수사로 확인된 사실을 밝히는 것이 전혀 불가한 일이 아니”라며 “피의자 사망으로 성폭력 사건의 실체가 묻히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지난 9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의자가 사망한 다른 사건들에서도 경찰은 수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한 바 있다"며 "장 전 의원 사건도 마찬가지로 실체를 밝히는 것이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A씨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피의자가 수사 중에 사망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더라도 수사기관인 경찰의 최종 권한은 혐의가 있는 지에 대한 여부"라며 "혐의 여부 자체는 관련 증거들을 통해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의자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수사 종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 그룹 회장이 사망함에 따라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등의 경영상 비리혐의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또 배우 조민기,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미투(MeToo) 의혹으로 수사 대상이었던 피의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성추행 의혹도 종결된 바 있다.
이에 피해자의 권리 및 피해 회복을 위해 피의자 사망 시에도 계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피해자 측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지위를 보장해야 하며,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의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A씨는 장 전 의원 사망 이후 두 단체를 통해 "10년만에 이제야 살아보겠다고 용기 내었는데 너무 이기적이다" "잘못을 한 가해자가 잘못된 시작을 하고 종결까지 마음대로 해 버렸다" "나 때문에 죽었나? 밤에 혼자 있을 때면 평생을 자책하면서 살아야 하나…." 등 심정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공소권 없음이 수사 종결 의미는 아니"라며 "피해자에 일방적으로 수사 종결을 선언하는 것은 매우 불리한 정황이다. 피의자 사망으로 형사 처벌은 불가능하지만 수사 자체를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수사 종결로 귀결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다만 형사소송법 상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수사를 계속하는 것은 수사의 의의 및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범죄의 피고소인 또는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처벌해야 할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피고소인 또는 피의자 처벌을 위한 수사나 조사의 실익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피의자가 이미 사망해 당사자의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수사가 계속 진행될 경우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등 형사절차상 중요 원칙에 반할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피의자·피고인 사망과 진실규명’ 보고서를 통해 "특별히 피해자의 지위 보장이 필요한 사안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의 체계를 유지하고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자 및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있는 형사절차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피해자의 이익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고민이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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