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교사 사망…서이초 이후 '학교 민원 체계' 바뀐 것 없었다
제주 사망 교사, 생전 학생 가족들 민원 시달려
서이초 이후 마련된 민원대책 현장 작동 안 해
교육활동 침해 여전…작년 교보위 4234건 열려
교사단체 "민원 사실 아니라도 제재 수단 없어"
교육부 "점검 결과 '학교 민원 처리 계획' 반영"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지난 23일 오후 제주시 연동 제주도교육청 앞마당에 제주 한 중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분향소가 마련된 가운데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25.05.23. 0jeo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5/23/NISI20250523_0001850675_web.jpg?rnd=20250523162351)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지난 23일 오후 제주시 연동 제주도교육청 앞마당에 제주 한 중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분향소가 마련된 가운데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25.05.2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최근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가 학생의 가족으로부터 수 차례 항의성 민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교 민원 대응체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제주도 소재 한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 A씨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가족들의 민원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3년 7월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고인은 숨지기 직전 학생 간 다툼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교권 문제가 회자됐으며, 고인은 순직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서이초 사건 이후 마련된 대책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각 교육청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민원 대응 체계는 유명무실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서이초 사건 직후인 2023년 8월 31일 '교육활동 보호 종합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민원 처리는 교원이 아닌 학교가 대응하는 체계로 개선한 바 있다.
학교장 책임 하에 민원대응팀을 운영하고 학교 대표전화나 학교 온라인 시스템 등으로 접수된 민원을 특성에 따라 1차 분류한 뒤 교무 분야는 교감, 행정 분야는 행정실장 등 관리자가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교육활동 침해 예방을 위해 교원안심번호 서비스도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숨진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에는 지난 3월부터 학생 가족들로부터 수차례 부재중 전화가 남겨져 있었다. 해당 교사는 학교와 교육청에 제대로 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뉴시스] 지난 22일 오전 제주 한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가 생전 학생 측 민원인으로부터 받은 전화. (사진=유족 제공) 2025.05.23.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5/23/NISI20250523_0001850582_web.jpg?rnd=20250523154315)
[제주=뉴시스] 지난 22일 오전 제주 한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가 생전 학생 측 민원인으로부터 받은 전화. (사진=유족 제공) 2025.05.23. [email protected]
교사단체들은 서이초 사건 이후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각종 민원 대응 체계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교육부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도 교육활동 침해는 여전했다. 17개 시도교육청 및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실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4학년도 지역교권보호위원회(지역교보위) 개최 건수는 총 4234건으로 그중 약 93%(3925건)가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됐다.
서이초 사건이 있었던 2023년(5050건) 대비 소폭 줄었으나,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자녀에 대한 교원의 언행 또는 태도를 문제 삼아 아동학대 신고를 하거나,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전화·면담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폭언 또는 협박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뉴시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4학년도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총 4234건으로 그중 약 93%(3925건)가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됐다. 서이초 사건이 있었던 2023년 대비 소폭 줄었으나, 학교 현장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교권보호위원회 개최가 의무화되면서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5/13/NISI20250513_0001840846_web.jpg?rnd=20250513143216)
[서울=뉴시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4학년도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총 4234건으로 그중 약 93%(3925건)가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됐다. 서이초 사건이 있었던 2023년 대비 소폭 줄었으나, 학교 현장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교권보호위원회 개최가 의무화되면서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교사단체들은 교권이 추락한 상황에서 교사 안심번호와 같은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원주현 중등교사노조위원장은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부모들이 교사를 아동학대 등으로 민원을 넣는 경우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아무런 제재 수단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보미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교사의 개인 전화번호 공개와 상관 없이 담임 교사에게 모든 민원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아동학대, 안전사고 등으로 교사가 소송까지 가더라도 무혐의를 받을 때까지 소송비용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악성민원도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교사들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일부 언론과 교원 단체·노조 등에서 학교 민원 대응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17개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학교 민원 대응 체계가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겠다"며 "향후 경찰조사 및 현장점검 결과 등을 종합·분석해 학교민원 처리 계획에 반영하는 등 교원이 학교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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